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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슬랜트(ARTSLANT) 리뷰

메리 그레고리 (Mary Gregory)

 때로 기억에 남는 문장도 몇 개의 단어만으로 쓰여진다. 종이 위에 그려진 노원희 작가의 최근 시리즈도 간단한 방법과 하나의 독특한 비전만으로 개념, 감각과 마음의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전통적 한국의 종이, 한지 위에 표현된 노원희 작가의 큰 사이즈 작품에는 진한 청색의 선들, 구름같은 색층들, 그리고 정교한 무늬들이 어우러져 있다. 작가는 자신의 재료와 매체를 제한함으로써 작품에 표현된 본질이 작가의 마음, 작가의 눈 그리고 작가의 손에 의한 결과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50여년 전에 미국의 유명한 작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 또한 제한 된 색상 톤의 범위 내에서 색의 터치만을 이용해 심적으로 깊은 감동을 주는 걸작을 창조했다. 노원희 작가도 이러한 전통을 이어 간다.

 한지라는 종이는 한국의 예술과 문화 분야에서 많은 존중을 받는 재료이다. 한지는 한국 토종인 닥나무의 껍질로 만들어 진다. 수 천년 동안 많은 한국 작가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 한지는 섬세하지만 내구성이 있고 나무 껍질이 가진 섬유질은 다양한 예술적 표현들을 가능하게 한다. 종이 그 자체가 시대와 장소를 말한다. 노원희 작가는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자신 만의 스타일을 종이에 더해 간다. 그녀는 한 가지 종류의 잉크 톤을 사용한다. 잉크의 유동성을 잘 조절하면서 한지를 접고 구부려서 작가만의 비전으로 정확하게 배치한다. 그리고 나서 작가는 푸른 색이 깊게 우러난 흰 종이 위에 작품을 창조하게 된다.

 모든 작품은 완전히 추상 형태들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하늘, 땅, 물과 공기를 연상시킨다. 작품들의 평면에는 한지를 접었을 때, 만들어진 자국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이것은 최종 이미지뿐만 아니라 작업 과정에 대한 증거를 또한 보여준다. 재료는 작품에 고유한 특징을 갖게 하지만 작품을 완전하게 규정 짓지는 못한다. 재료와 작가의 예술성이 합쳐져서 공간감을 전달하는 추상적인 이미지를 창조 하게 된다. 작품에 구성된 수평 또는 수직선에 상관없이 푸른색 톤으로 층을 이룬 선들은 하얀색에서 검정 경계선이 있는 깊고 진한 푸른색까지 희미하게 인식될 정도로 그 범위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지평선, 산맥, 바다의 파도, 그리고 선을 이루며 떠 있는 구름 층들을 연상케 한다. 이것은 많은 현대 예술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중심적 주제로 다루고 있는 환경에 대한 인식을 전달한다.

 참신하고 매력적인 이번 작품시리즈에서 노원희 작가는 자연의 조화에 대한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 자연적인 재료와 방법을 사용하였다. 우리 모두는 우주에서 바라 본 지구가 푸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노원희 작가는 블루 판타지아(Blue Fantasia)라는 섬세하고 평화로운 작품을 통해 그녀가 중요하게 강조하는 아름다움과 조화가 있는 우리 세상에 대한 대답을 하고 있다.

<메리 그레고리(Mary Gregory)는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평론가이며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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